가르쳐줘! 악역영애 Vol.3

일본의 악역영애와 한국의 악녀… 픽코마에게 악녀 작품에 대해 물어보았다

 

코믹 나탈리의 칼럼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링크

1편 가르쳐줘! 악역영애 Vol.1 악역영애란 대체 무엇일까?

2편 가르쳐줘! 악역영애 Vol.2 관련 종사자에게 듣는 악역영애 붐

 

 

본 칼럼의 제3호에서 다룰 것은 엄밀히 얘기하면 악역영애물이 아니다. 일본에서 악역영애물이 유행하고 있는 시기와 같이 한국에선 "악녀"물이 자기 존재를 알리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까. 이번엔 카카오 재팬이 운영하는 만화, 노벨 서비스 픽코마를 축으로 "악녀" 붐에 대해 소개해본다. 악역영애 작품과의 공통점, 차이점을 풀어나간다.

취재・글 / 三木美波 헤더 일러스트 / ウエハラ蜂

 

■ 악녀 작품의 특징

 

2021년 7월 현재, 픽코마에선 만화, 스마트툰, 소설이 약 6만 7000작품이 게재되어 있다. 스마트툰이라는 말이 낯선 분도 있을 것이다. 이건 4월부터 픽코마가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로, 스마트 (스마트 디바이스)와 카툰 (만화, 애니메이션)의 합성어이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세로읽기 풀컬러 만화를 가리키는 단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만화를 가리키는 "웹툰"과 거의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이 스마트툰은 픽코마 내에서 약 700 작품 정도가 게재되어 있고, 그 안의 9할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스마트툰 인기 랭킹을 보면 상위 작품 중에 "악녀"라는 단어가 들어간 타이틀이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악녀의 정의>

<소설 속 악녀 황제가 되었다>

<악녀가 사랑할 때>

<그 악녀를 조심하세요!>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악녀는 두 번 산다>

<악녀의 남주님>

 

이것들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고, 너무 많아 하나하나 세기 힘들다. 그리고 많은 "악녀" 작품은 어떤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소설 속 악녀 황제가 되었다>의 주인공은 잠에서 깨어나니 매우 좋아했던 소설 안에서 살해 당했던 폭군 황제 유리아에게 빙의되어 있었고, 반역을 저지하기 위해 지략전을 벌이는 작품이다. <악녀가 사랑할 때>는 눈을 뜨니 좋아하는 소설 안의 악녀, 르페르샤 황녀로 생이 바뀐 걸 알게된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고문으로 죽는 르페르샤 황녀의 운명을 회피하면서 소설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호전시키려고 건투하는 연애 판타지이다. 무엇이든 "소설 안 악녀로 환생, 빙의한다", "살해당할 운명을 회피하기 위해 건투한다"같은 줄거리가 공통된다. 물론 이 줄거리에 해당되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타이틀에 "악녀"가 들어간 작품은 "주인공이 악녀로서 환생한다" 또는 "악녀였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산다"라는 도입부가 되는 것이 많다.

 

(좌) 소설 속 악녀 황제가 되었다 / (우) 악녀가 사랑할 때

또한 제목에 "악녀"라는 말이 들어가있지 않아도 같은 도입부를 가진 작품도 있다. <버림받은 황비>는 이세계에서 온 소녀 미유 (※한국 이름 : 지은)의 출현으로 황후로서의 미래를 뺏기고 반역죄로 허무하게 죽은 아리스티아가 9살로 돌아가 잔혹한 운명을 회피하기 위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로맨스 작품이다. <외과의사 엘리제>는 악녀 황후라고 불려 화형된 엘리제가 현대 지구에서 천재외과의로서 환생하게 되지만 비행기 사고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다시 화형에 처하는 10년 전 엘리제로서 깨어나 인생을 다시 사는 연애 판타지 작품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악역영애 작품의 매력을 파고드는 본 칼럼에서 악녀 작품을 다루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일본 악역영애물과 한국의 악녀물, 두 개는 매우 닮아있다. 지금까지 본 칼럼에선 악역영애 작품의 역사와 유행을 소개해왔지만 동시기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악녀물 붐에 대해 픽코마에서 공개되고 있는 작품을 축으로 따라가보고 싶다. 거기서 코믹 나탈리에선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 재팬 해외 작품의 번역, 제공, 관리를 하고 있는 김 씨, 같은 회사의 비지니스 전략실 스기야마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픽코마에게 "악녀 이야기"에 대해 들어보았다

 

"악녀 붐의 발단은 한국에서 2012년부터 2013년 정도에 투고되기 시작한 웹소설.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 일종입니다. 픽코마의 스마트툰 안에서 악녀물이 많은 이유로는 (한국의 만화나 노벨 사이트인)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작품 톱100에서 그 약 20% 정도가 악녀물이라서…라는 이유가 큽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타이틀을 일본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 씨)

 

원작 소설, 코미컬라이즈 둘 다 제공되고 있는 <악녀는 두 번 산다>

일본에서 악역영애물이 유행하고 있으니 비슷한 구조의 악녀물이 번역, 제공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작품을 번역, 제공하고 있어서 악녀물이 많게 되었다는 인과관계이다. 참고로 "로맨스 판타지"는 일본에서 말한다면 할리퀸같은 로맨스 소설, 또는 TL이라고 불리는 연애 장르에 가까운 의미이다. 본 칼럼 제2회 소설가가 되자의 히라이 씨한테 취재했을 때 히라이 씨도 악역영애 붐의 시작을 "2012년부터 2013년"이라고 말했다. 완전히 같은 시기에 확산된 장르인 것이다. 한국에도, 일본의 소설가가 되자같은 투고 사이트가 있는 것일까.

 

"한국에선 소설을 투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주 많습니다. 큰 플랫폼은 크게 나누면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두 회사에 집약되어 있지만 규모가 작은 소설 투고 사이트도 꽤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선 작은 플랫폼에 투고되어 있는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같은 큰 플랫폼이 그걸 가져가는 패턴이 많습니다" (김 씨)

"일본이라면 투고 사이트에서 인기가 생기면 출판사가 종이로 단행본화하지 않습니까. 한국의 경우 인기가 생기면 작은 투고 사이트에서 큰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큰 플랫폼 쪽이 더 많은 독자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수익화를 할 수 있으니까 작가한텐 이익이 됩니다" (스기야마 씨)

 

한국에선 만화, 소설과 상관없이 종이 단행본이 팔리지 않아 곤란해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블로그 등 웹에서 연재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꽤 빠르게 전자화가 진행했다. 김 씨는 "만화를 산다"라는 것은 한국에선 "풀컬러 횡스크롤 만화 (웹툰) 의 전자 데이터를 산다"라는 의미가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 악녀 작품이 인기를 얻은 계기

 

한국의 악녀물도 일본의 악역영애물과 같이 기본적으론 소설로, 심지어 일반인이 쓴 투고작이 많다.

 

"한국의 악녀물이 인기가 생긴 것은 소설이 많아졌다는 이유가 큽니다. 지금 스마트툰의 9할 정도가 소설 원작이고, 그걸 만화화하고 있습니다. 역시 원작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장르로서 커지고 인기작도 생기기 쉽습니다" (김 씨)

 

한국의 악녀물이 인기가 생긴 계기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있을까.

 

"픽코마에서 제공되고 있는 <버림받은 황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2014년에 웹소설 연재가 시작해서, 2017년부터 웹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밖에도 인기작은 많지만 <버림받은 황비>가 악녀물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입니다. <버림받은 황비>도 처음엔 조아라라고 하는 플랫폼에서 연재되어 인기소설이 되어 그 후 카카오 페이지로 가서 연재되었습니다. 거기서 더욱 인기가 생겨서 웹툰화가 되었다는 흐름입니다" (김 씨)

 

<버림받은 황비> 웹툰판 비주얼

일본에서도 악녀물을 읽게 된 배경을 김 씨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스마트툰 안에서 인기 장르가 생기는 계기는 그 장르의 히트작이 탄생하는 것으로 인해 같은 장르를 읽고 싶다는 독자가 늘어난다는 패턴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전개되고 있는 픽코마에서 악녀물 유행이 시작된 건 역시 <버림받은 황비>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9월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2019년에 <픽코마 AWARD>를 수상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습니다. 강하고 멋있는 여성을 그리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독자가 많았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후에도 <악녀의 정의>, <그 악녀를 조심하세요!>, <악녀는 모래시계를 되돌린다>,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같은 퀄리티 높은 악녀물을 계속 제공하고 있으므로 하나의 장르로서 자란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 씨)

 

일본의 수입될 때 "악녀"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들어간 것이 많은 것은 원래 원작 타이틀에 "악녀(悪女)" 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작 타이틀을 그대로 살리는 형태로 타이틀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녀"라는 단어가 가진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투고자 분들이 쓰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김 씨)

"일본에서 악녀물을 읽고 있는 픽코마 유저 분들도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악녀"라는 단어를 보고 악역영애물과 같은 형태의 이야기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유행하고 있는 악녀와 악역영애라는 말이 잘 링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기야마 씨)

 

■ 악역영애와 악녀의 차이

 

일본의 악역영애물과 한국의 악녀물은 "환생처"가 다른 것이 재미있는 특징이다. 악역영애물의 주인공은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인 "오토메 게임" 세계, 또는 소녀만화 세계에서 환생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악녀물 주인공의 경우 소설 세계에서 환생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걸까.

 

"한국의 카카오페이지에선 웹툰보다 소설 판매량이 더 높습니다…… 즉 소설 인기가 높습니다. 거기다 악녀물은 처음에 소설로서 그려져 그 후 인기가 생겨 웹툰화되는 것이기에 독자도 먼저 소설에서 생깁니다. 그래서 소설 안에서 환생하는 것이 독자에게 더 재미있을 것이리라고 작가가 생각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한국에선 오토메 게임이 있긴 있지만 일본만큼 유행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공통인식 때문에 소설보다 적은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 씨)

 

게임 안으로 들어가는 악녀물도 있기는 있다. (좌) 역하렘 게임 속으로 떨어진 모양입니다 / (우)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그밖에 악역영애물과 악녀물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스기야마 씨가 분석해주셨다.

 

"한국의 악녀물엔 학원물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의 악역영애물은 학원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스토리가 많은 느낌이 드므로 거기가 차이점일지도 모릅니다. 거기다 한국의 악녀물은 기본적으로 시리어스 분위기의 스토리가 많습니다. 특히 스마트툰에서 인기있는 것들은 최악의 배드엔딩인 죽음이 꽤나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이 많습니다. 코미디 요소가 들어있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하드하고 시리어스한 이야기입니다" (스기야마 씨)

 

확실히 <오토메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영애로 환생해버렸다...>를 시작으로 악역영애물은 학원을 무대로 한 러브 "코미디" 작품이 많다. 추방, 몰락, 사형이라는 특유의 배드엔딩을 노력, 임기응변, 주위의 사람의 도움에 의해 가볍게 넘는 이야기다. 또 학원물이 많은 것은 악역영애물 뿐만 아니라 일본의 소녀만화, 소녀소설, 오토메 게임 등의 여성향 콘텐츠의 전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또 세로읽기 만화인 스마트툰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많은 등장인물이 여러 곳에서 여러 일을 하는 표현이 (웹툰) 성질상 맞지 않습니다. 세로로 스크롤을 하면서 단숨에 읽는 독서방법은 원컷 영상을 상상해주신다면 이해하기 쉬울 거라 생각합니다. 시간의 경과나 1인 캐릭터 시점을 살린 표현엔 특화되어있지만 등장인물이 많으면 카메라를 많이 돌려야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게 되어 정신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거기서 스마트툰은 일본의 일반적 만화와 비교적 가로폭이 좁아서 배경이 적고, 장소의 변환이 전해지기 어려운 편입니다. 군상극과 맞지 않는 것도 요인 중 하나겠네요. 그래서 주인공 한 명이 말하는 모놀로그 연출이 많이 쓰입니다. 악녀 자신이 계략을 세워서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 천연이거나 조금 얼빠진 느낌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히로인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악역영애물과 악녀물의 공통점으로는 알고 있는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는 설정이네요. 메인 축으로서 오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연애, 결혼 스토리라인 위에 있어서 엔딩에서 그 연애, 결혼이 어떻게 될 건지 답이 정해져있는 것도 같은 것 같습니다. 거기다 역시 복수나 역전요소가 악역영애물, 악녀물의 묘미가 아닐까 하네요" (스기야마 씨)

 

<소설 속 악녀 황제가 되었다> 웹툰판 중에서.

2012년 전후에 웹소설로 나와서 각각 나라에 적합한 포맷으로 장르로서 발전한 악역영애물과 악녀물. 이미 붐이 되어 몇 년이 지나 지금은 일본에선 악녀 작품이, 한국에선 악역영애 작품이 번역되고 있다. 즉 서로 자극을 받아 보다 더 큰, 재밌는 작품이 많아지도록 장르 발전이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픽코마에선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악녀물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김 씨는 "악녀 작품으로부터 파생한 것도 나왔기 때문에 아직 악녀물 붐은 계속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재미있는 악녀물을 많이 준비할 겁니다" 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더욱이 픽코마 작품은 일본 출판사에서 단행본화되어 전자서적 스토어 BookLive!가 밝힌 <소녀만화, 여성만화 연간 랭킹 2020> (집계기간 : 2020년 1월 ~ 11월) 에서 <버림받은 황비>가 22위, <외과의사 엘리제>가 25위라는 상위 랭킹에 자리했다. 악역영애와 악녀, 둘이서 아직 만화계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