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I リメイク
스퀘어 에닉스
2020년 4월 10일 발매
플랫폼 PS4
* * *
원작과 본작에 대한 이야기 이것저것 섞임
스포일러 주의▼
플레이 타임 40시간, 노멀 난이도로 클리어.
FF7 원작은 2017년에 PS4판으로 플레이했었다. 그 폴리곤 덩어리를 플포로 본다는 건 여러모로 고역이기도 했지만 지금봐도 왜 인기 있었는지 이해되는 이야기라서 재밌게 했다. 당시엔 드물었던 주인공의 포지션과 그걸 뒤집는 반전, 적절한 떡밥 회수와 주제의식, 방대한 야리코미... 지금도 FF7의 영향력은 후기 파판 시리즈에 강하게 끼치고 있으니 그 긴 세월을 집대성한 리메이크는 모든 FF팬들의 기대를 불러올만하다. 나도 뒷북 치면서 플레이했고, AC로도 그래픽 측면의 진화를 실감한 상태였지만 원작의 내용이 현재의 그래픽으로 재현된 걸 보고 감탄을 내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래 하나로 발매됐었던 원작의 분할 디스크라는 게 밝혀지고 그 기대가 한 풀 꺾인 것도 맞다. 지금도 분할 디스크인 건 불만이다... 파트 1이 원작의 20% 정도만 재현된채로 플포로 나왔는데 파트 2는 플5로 나오게 생겼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파판7 리메이크는 리메이크가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FF7R은 리부트다. 엔딩에서 원작 그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새로운 설정까지 만들며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건 나중에 공개됐던 제작진의 인터뷰에서도 느낄 수 있다... 어쨌든 FF7은 20년 전에 나온 이야기다. 아무리 그 당시에 새로웠다고 해도 이젠 낡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래픽이 요즘 거라고 할지언정 그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게으른 판단이지 않나-라고 제작진들은 고민했던 것 같다. 그 결과물이 4월에 나온 FF7R. 하지만 보통 팬들은 '리메이크'라는 말을 듣고 내가 원작에서 봤던 걸 그대로 옮겨서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걸 기대하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진 않지 않을까. 리부트와 리메이크는 다르니까. 그래서 난 엔딩으로 가면서 내내 당황스러웠고, 주변 원작 올드팬분들도 당황스러워 하시는 걸 보았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 감정이 희석돼서 "그냥 파트2 나오기만 해..." 상태이긴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분할로 리메이크(파트1이라는 말도 없이)라는 타이틀로 발매한 건 그저 제작진의 낚시로 보여서 기분은 안 좋다.
하지만 단순히 리부트라서 불만이었으면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삭혀질 불만이었다고 생각한다. 분할 디스크라서 그런지, 제작진이 의도했던 걸 전달하려다 너무 과해진 건지 원래 있던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느슨하고, 원작 스토리의 매력마저 해친 느낌이다. 원작의 초반 부분 뿐이었을 내용에 미디어믹스(어드벤트 칠드런같은) 내용까지 포함하니 원작이었으면 후반에 밝혀질 이야기까지도 초반부터 알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입문자를 위한 이야기도 아니고, 팬이 원했던 이야기와도 조금씩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과연 이 리메이크는 누굴 위한 리메이크인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초반부터 끝까지 얼굴을 꾸준히 비춘 세피로스는 너무 노골적인 광공 모먼트. 원작에선 언뜻언뜻 얘기로 나오다 나중에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서 최종보스적인 위압감을 제대로 보여주지만 그런 매력이 R에선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예 반대로 연출하기 때문에...
빅스와 웨지(스샷엔 없지만), 제시 아발란치 멤버 셋은 비중이 매우 높아져서 거의 환골탈태 수준으로 캐릭터에 깊이가 생겼다. 특히 제시는 클라우드와 연애적으로? 얽히기도 해서 눈에 띄었던... 그나저나 실시간으로 썼던 감상 다시 보는데 제시의 옷을 보고도 골드소서에서 배우 스태프로 일한다는 걸 그대로 믿는 제시의 엄마가 신기하다고 써놨네ㅋㅋㅋ 내 감상에 내가 빵터짐ㅋㅋㅋ
다른 신캐는 완전 오리지널 캐릭터도 있고, 외전 소설에서 나왔던 캐릭터도 있는 것 같다.
그래픽은 원래 까다롭게 보는 편이 아니라서 정말 만족했음. 뭐라고 해야하지, 멀리 보이는 배경이 좀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클라우드, 티파같은 주조연 캐릭터들과 엑스트라의 모델링 퀄리티가 내 눈에도 많이 차이나긴 했지만ㅋㅋㅋ 그래픽에서 세세한 건 눈 감고 넘어가는 주의라. 무엇보다 빛 표현이 끝내줬다... 에어리스 집에 갈 때 과정이 기술의 발전을 감상하기에 아주 적격이었는데, 그저 황홀했음. 원작이 있기에 더 깊게 맛 볼 수 있었던 황홀함이 아니었을까...
특히 원작의 명장면을 재현된 걸 감상하는 것보단 재현된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론 더 벅차올랐다. 명장면은 대충 어떻게 나올지 상상이 가는 반면에 필드에서 펼쳐지는 상호작용 하나하나는 원작에 없이 오리지널 요소로써 추가된 것도 있어서 그런 걸까?
그리고 예전부터 좋아하긴 했는데 이번에 더더욱 좋아진... 레노ㅠㅠㅠㅠ 후지와라상의 목소리와 레노 특유의 말투가 한 몫했다. 악역이지만 턱스 조직 특유의 직장인의 고통...번뇌...가 느껴지는 게 좋음ㅋㅋㅋㅋ
그리고 난 7R 플레이 중에 후지와라 케이지 씨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머리가 백지화될 정도의 충격을 먹음...ㅠㅠㅠㅠㅠ 암 투병 중에도 열연하셨다는 걸 알게 되니까 더더욱...ㅠㅠㅠㅠ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할 정도로 슬프다... 레노는 성우가 바뀔텐데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ㅠㅠㅠㅠ
클라우드의 여장씬이 나오는 월마켓. 원작에서는 여장만 인상깊지 그 자체론 초반이라 그냥 지나갔던 장면들이 여러가지로 확장이 돼서 펼쳐진다... 내내 흐린 눈으로 진행했다 orz. 춤 추는 부분은 웃기다기 보단 경악스러웠음...
제작진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건 인지해서 여러 전개를 바꾼 것 같지만, 월마켓 추가 분량이나 여성 캐릭터의 취급같은 건 사실상 나아진 게 별로 없어서 이런 부분은 '새로운 FF7'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감흥을 못 느꼈던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상상 이상의 내부를 보여줬던 신라 빌딩ㅋㅋㅋ 재현이라기엔 재창조 수준이었다...
이번 리메이크에서 제일 평이 갈릴 거라 생각하는 오리지널 요소. 바로 필러...
필러는 '원작의 전개' 그 자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7R은 위에서 말했듯이 리메이크의 탈을 쓴 리부트로, 중간중간마다 원작과 다른 전개로 흘러갔으며 그때마다 필러가 나와서 주인공 일행을 방해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운명의 벽’을 넘는 인물들 앞에 거대화 되어서 보스로서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됐다.
사실 원작에서 반대로 전개된다는 건, ‘거스를 수 없이 강한’ 인과관계로 인해서 그렇게 됐다고 해야 설득력 있는데 리메이크에선 원인을 보여주기 보단 결과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모 마황로 폭파 작전 갈 때 클라우드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딱히 그럴듯한 원인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냥 클라우드에 너무 의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아발란치의 생각 하나만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원작의 전개와 다르게 갈 것이라는 도전의식과 거기에 대한 밖(플레이어)과 안(필러)의 저항감을 타파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으면 그 인과를 제대로, 더 섬세하게 보여주는 게 먼저이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의 벽을 넘는다는 표현도, 클라우드 일행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고 있는데 그냥 넘고 본 거라 필러가 그렇게 막으려 드는 게 잘 이해가 안 됐고 와닿지도 않았다...
필러가 폭주하는 부분에서 그나마 원인이 있었다고 한다면 세피로스인데 세피로스는 그 존재감과 캐릭터성만 소비하면서 정확히 이유를 알 수 없는 출연과 대사만을 하고 사라진다... 플레이어인 나는 이 과정을 보면서 감격하기 보단 이유도 모른채 원작과 상당 부분 달라질 거란 사실만을 주입 당한 느낌이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기대감보단 그저 낚였다는 기분이 먼저 들어서 엔딩 본 후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것도 위에서 말했듯 시간이 지나 희석됐지만.
그리고 클라우드 캐릭터의 반전에 대해서도 초반부터 너무 많이 알려준다.
이 장면은 스토리 화면에서 직접 봐야 알 수 있어서 작은 장치를 찾은 것 같아 좋았지만, 일반 경비병이 클라우드를 알아보는 것과 뜬금없이 자주 나오는 세피로스는... 과연 필요했을까 의문인데, 분할 디스크라 최대한 임팩트를 넣어야했다면 어쩔 수 없나 싶긴 하다.
리메이크의 수혜자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는 루퍼스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빈센트도 아주 기대가 된다ㅠㅠㅠ 내 최애 빈센트ㅋㅋㅋ 잘 뽑아주세요...
아, 전투 시스템도 아주 많이 바뀌었는데 전투보단 엔딩 보고 더 강렬한 감정이 들었다보니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었다. 전투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점은 굳이 장르로서 얘기하자면 ARPG지만 원작의 ATB 시스템을 살려서 턴제의 매력을 살린 액션 전투라는 것. 신컨이면 노데미지도 가능하겠지만 일반 공격으로 때려가면서 채운 ATB 게이지로 스킬이나 마법을 쓰는 커맨드 전투의 특징을 더 많이 느꼈다.
현대 게임에서 맛볼 수 있는 역동적인 턴제...이게 장점이자, 단점도 된다. 마법 쓸 때 몬스터한테 맞으면 경직돼서 게이지는 다 날아가고 공격은 못 하고, 마법에 비해 물리 데미지는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도 않고, 몬스터마다 유효속성, 약점이 다 달라서 번거롭고... 그렇다고 몬스터의 모든 특이사항을 고려한 턴제 방식으로 가자니 계속 공격이 들어와서 움직여줘야하고. 그렇게 연구하면서 플레이하진 않아서 마법 위주로 공격했는데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이 많았다. 깊게 연구하면 할수록 재미가 붙는 게임이겠지만 언제 완결될지 모르는 분할 디스크의 1편에 그렇게 시간을 투자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기껏 키워낸 마테리아들 나중에 연계될지 안 될지도 모르잖아요?
아무튼 어떤 부분에선 기대를 충족시켜줬고, 어떤 부분에선 기대에서 어긋난 게임이었다. 하지만, 파트 2가 나온다면 꼭 해볼 것이라는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그럭저럭 합격점일까? 다음작이 얼른 나오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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