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베스타를 플레이하고 다른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 땡겨서 모바일 쪽으로 가볍게 할 수 있는 걸 알아보는 중 눈에 띄었던 게 <틱택토>였다. 하지만 모 사건으로 모바일로는 더 이상 플레이할 수 없게 되었고... 동인 게임인지라 PC판도 구하기 어려우니 포기하려던 참에, 틱택토를 좋아하셨던 지인 분께서 PC판을 빌려주셨다! 그래서 플레이하게 되었음.
텍스트 ADV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지라 그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을 원했고, 이 작품이 1회차 이후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보면서 진상으로 다가가는 구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또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준 관계성이 나오기에 당시 동인에서 꽤 흥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이유를 뒤늦게 알게된 느낌.
자세한 건 스포일러 ▼
내내 이야기의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알버트가 두 명이고 손님과 하인으로 각각의 알버트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성이었던 거라고는 후반에서야 알았음. 둘 다 같은 시간대인데 특정 인물을 좀 더 조명하기 위해, 아니면 신이나 유령 등 판타지 설정이 가로막고 있어서 루트를 나눈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서...^^; 서술트릭을 위해 힌트를 주면서도 일부러인지 헷갈리게 쓰는 게 많았다. 말을 흐리기보단 "그게 진짜라곤 안 했다" 수준. 예를 들어 알로이스가 라이오넬 소매의 피에 대한 묘사를 할 때 라이오넬의 얼굴에서 미소를 봤다고 하거나... 윌리엄 루트에서 알프레드가 다쳤을 때 마스터키 이용해서 나간 후 "다시 돌아가서 치료 가능한 사람을 데려오는 것도 무리다"라고 말했는데 이건 어쨌든 치료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윌리엄 시간대의 인물 중에선 치료 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착각하기 좋았음. 뭐... 1인칭 시점 서술을 잘 이용한게 아닌지.
저택물의 클리셰는 기본적으로 가져가고 거기에 일본 서브컬처에서 많이 나오는 루프물이나 감정과잉까지 포함해서(대표적으로 코렛트) 장르물을 많이 향유해왔던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고전의 향수와 모에 도식과 동인의 매력을 전부 느낄 수 있음.
PC판 기준 엔딩이 22개 정도 있는데, 타로카드 메이저 아르카나의 개수이다. 처음에는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해서 단서를 쥔 주인공이 루프를 끊고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가능성보다는 각각의 캐릭터 시점에서 똑같은 사건을 되돌아보는 이야기가 많았다. '사건' 자체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해서 그런지 인과가 확실히 보인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절제 루트에서 에그먼드를 독살하려고 했던 장면은 그대로 나오는데 마지막에 쌍둥이가 제대로 등장했던 걸 보면 어라 이 중 한 명 죽었지 않나?라는 의문이 남게 되는게 대표적.
제일 좋았던 인물은 비비안 싱. 알로이스를 정말로 사랑하긴 한 것 같지만 그보다 자신의 야망이 더 우선된 캐릭터였다는 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없어서 못 보는 후회녀 계열.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여성향 콘텐츠를 보고 싶지만 잘 없는 이유도 알겠어서(가끔 있긴 하다) 슬프다. 라이오넬도 꽤 마음에 들었다... "네가 가장 행복할 때 죽었으면 좋겠어" 이 말이 뜻하는 이중성이 좋음. 결국은 행복하길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이 저절로 됐다. 그리고 알프레드의 정체는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아무래도 그림체가 달라서 그랬는지 전혀 예상을 못했다... 듣고나서 돌이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선이 많이 뿌려져 있어서 기분 좋은 충격이었음.
근데 제일 좋았던 엔딩이 마술사와 여제 엔딩이었는데 그에 비해윌리엄-스텔라처럼 1부터 시작하는 관계성은 전체적으로 설명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스텔라는 멋진 사람이었지만 윌리엄이 스텔라의 사이가 진전되는 부분은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졌음. 그밖에 쌍둥이처럼 매듭이 덜 지어진 것 같이 끝나는 캐릭터도 있어서 아쉬웠지만 이 부분은 모바일판에서 괜찮아지는 것 같고? 주절주절 얘기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플레이타임 안에서 잘 즐겼음ㅋㅋㅋ 나중에 모바일판이 꼭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