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할 당시엔 정발이 안 된 상태라 일본어판으로 플레이했고, 그래서 제목은 '사이케델리카'라고 씁니다.
캐릭터별 감상을 쓰면서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드 (CV. 타무라 무츠미)
한쪽 눈에 마석을 가진 여성은 마녀라는 소문 때문에, 일부러 남장을 하고 하이타카의 주술로 눈동자 색을 감추고 다니는 소녀. 하이타카의 탑에 살며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장한 모습, 여장(?)한 모습 둘 다 귀여워요.
이번 게임은 공통 루트 2장이 유독 길었습니다. 마을주민들에게 하나하나 찾아가 특정 키워드로 대화하고, 메인 캐릭터와도 같은 키워드로 대화를 하면서 정보를 얻는 시스템인데 꽤 반복을 해야해요. 하지만 이게 나중에 소녀 엔딩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드는 마을을 사랑합니다. 자신의 정체를 알면 마을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을을 해방시키고 싶다는 이유로 희생을 감내해요. 제드가 살았던 마을은 춥고, 배고프고, 언제든 깨어질듯한 아슬아슬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드는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사람을 만나고, 마스쿼레이드 때처럼 행복을 느꼈던 때도 있고, 소중한 사람도 생겼습니다. 이런 바탕이 있기에 제드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떨어져 간다.
떨어져 간다.
전신에 물과 같은 저항을 느끼며,
느릿하게 심연으로 떨어져 간다.
라는 연출이 나오고 난 다음 이어지는 루가스의 구원은 흑접이 생각나서 인상적이었어요.
그런데! 그 선택의 결과가 일본인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요....(갑분일) 물론 흑접을 한 상태에서 했으니 놀랍고! 반가운 건 맞는데! 제드는 마을의 사람이었고, 마을을 소중히 여겼으니 그 마을에 봄이 오는 걸 보고 싶었어요.
이 선택을 하기 까지, 제드는 후회로 남았던 선택도 합니다. 티이 관련.
여기서 휴는 “네 주변 사람들은 많든 적든간에 네게 호의를 품고 있어. 그리고 너는 거기에 오만해졌지.”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전 이게 꽤 메타적 발언이라고 느꼈어요. 제드를 그저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그릴 줄 알았지? 구원만 하는 주인공으로 그릴 줄 알았지? 사실 그거 아니었어! 하는 제작진이 얼핏 보였어서요.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소녀 엔딩도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라반 (CV. 히노 사토시)
제드의 소꿉친구이고, 제드가 여자란 걸 알고 있지만 제드를 존중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이런 포지션 정말 좋아하거든요... 얀데레가 아니라는 걸 전제로....... 전 광기 있는 소꿉친구 별로 안 좋아합니다.
지금은 안정의 CV 히노 사토시였다는 인상이네요. 흑접도 그렇지만 회응도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정해둔채(소녀엔딩) 게임으로서의 기능은 갖춰야 하니 선택지 만들어서 곁가지 엔딩 만들어둔 느낌인데, 공통루트에서 제드가 루가스와 키스를 하는 등....진엔딩은 다 필요없어 소녀다 소녀!!! 하고 플레이어 멱살잡고 소리치는 전개가 많았기 때문에 라반은 거기에 짤없이 희생 당한 느낌입니다()
어쨌든 초반엔 제 취향이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취향 밖의 캐릭터로 변했지만 외모만큼은 여전히 취향이네요....
레비 (CV. 사이토 소마)
처음엔 오란고교의 히카루 정도의 포지션이지 않을까 했는데요.... 는 개뿔 얘도 도라이였어! 갑작스런 싸패 전개에 당황에서 앞의 호청년 모습을 잊었읍니다() 그래도 제드가 여자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반응은 꽤 재밌었어요.
라반도 그렇고 레비도 그렇고 정말 시궁창 엔딩인데 이렇게 된 게 본인의 탓이기 보다는 프란시스카와 보석의 탓이 커서 안타까웠어요. 처음에 좀 더 정이 갔던 건 루가스보단 이 형제였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제작진 딴에선 나름 의도한 거였다는 게 느껴지네요. 프란시스카가 에알에게 제드라는 이름을 줬었던 것부터 틀어졌던 거죠. 둘은 제드의 진짜 이름을 몰랐으니까요.
"영원히 에알과는 함께할 수 없다." 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루가스 (CV. 후루카와 마코토)
소나무 길만 걷는 사이케델리카 제작진인 걸 인지하고 이 게임을 하니 공통루트에서부터 강한 진히어로 향기가 느껴졌어요. 루가스가 어쩔 수 없이 제드(여장)에게 끌리고, 처단해야 했던 제드(남장)를 구하게 되는 과정도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소녀 엔딩에선 흑접의 베니유리가 생각났네요. 이런 포지션 변경으로 전작을 생각나게 하는 거... 누구는 개연성 없다고 하겠지만, 딱히 흑접도 베니유리가 몬시로를 구하는 과정이(어떤 원리로 구할 수 있었던 건지) 개연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전 좋았습니다.
하이타카(CV. 히라카와 다이스케)
시작은 원흉이지만 끝은 구원자였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하이타카가 프란시스카를 아내로서 사랑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건 if일 뿐이고 이 이야기는 결국 하이타카가 제드를 구해줬기 때문에 끝날 수 있었으니까요.
초반 탑에서 일상을 보내는 하이타카와 제드가 보기 좋았습니다.
프란시스카 (CV. 오오하라 사야카)
원흉2
하이타카 때문에 변한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일정 부분은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프란시스카의 흑화는 프란시스카의 결여된 부분에서 나타난 거고, 하이타카는 그걸 자극했다는 느낌.
“연기하는 건 익숙해. 아리아가 할 수 없었던 것을 내가 해내보이겠어.
아리아와 오빠가 바랐을 것 같은 행복을 내가 (제드에게) 주겠어.
나에게서 긍지를 빼앗은 여자의 아이에게 행복을 주겠어.
그렇게 하는 걸로 나는 긍지를 되돌려 받는 거야. 그래. 나만의 긍지를....”
프란시스카는 제드를 명예회복의 수단으로 거뒀지만, 결국 그 제드가 프란시스카의 '결여된 부분'을 채워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의문을 남긴채 죽었지만... 끝까지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오히려 매력적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