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판으로 구매. 사실 언젠가 리로드를 구매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스팀판이 발매돼 있었고 한글 패치까지 나왔다.
한글 패치는 퀄리티가 좋은 편. 심심찮은 오타가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
아래부터는 스포일러 주의
나는 게임에 대하여 무슨 장르이던지간에 플레이어의 보상심리를 이끌어내어 만족감을 가져다 주지 못하면 그건 게임이 게임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보상심리란 거창한 게 아니다. 현대에서 주로 쓰고 있는 안 좋은 의미의 뜻도 아니다. 게임을 끝까지 할 수 있게 만드는 심리, 욕구. 그 과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당근과 채찍. 끝에는 그 과정을 꿋꿋이 이겨낸 보상. 게임은 그것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플레이어에게 주어야 나는 그 게임을 끝까지 하는 편이고 좋게 평가한다.
단간론파2는 이러한 심리를 아주 노골적으로 건드린다. 챕터당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동료 캐릭터, 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범인, 다음 피해자 예측과 그 결과, 긴장되는 학급재판과 투표, 처형장면. 마지막으로 챕터당 찔끔찔끔 주는 진상의 힌트. 이것이 내가 단간을 시작한지 약3일만에 에필까지 보게 만든 원인이다. 진상 하나 보자고 미친듯이 달렸으니 이것도 일종의 보상심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캐릭터들의 해방과 진상을 원한 것이다.
사실 보상심리라는 단어를 쓴 것도 모 오토메 게임하는데 자꾸 진도가 안 나가고 지루하기만 해서 고민하다가, 단간 집어들자마자 3일 만에 엔딩 본 내 자신이 너무 웃겨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미친듯이 클리어한 건 좋은데, 클리어하고 천천히 내 안에서 리플레이를 해봤다. 이번엔 반대로, 에필로그부터 챕터6..챕터5.. 곱씹다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던 것 같다.
단간1에서도 2처럼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동기'를 모노쿠마가 주지만, 그것은 2에 비하면 은근했던 편으로 직접적으로 살인하지 않으면 넌 굶어 죽는다며 협박(?)을 하진 않는다. 그래서 1에서는 그 은근한 동기로 인해 고민하고 서서히 절망에 빠져드는 인간의 심리를 그려 결국 추악하게 변하는 걸 표현하며 그 안에서 감동을 꾀하기도 한다.(ex:오오가미 사쿠라)
2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노쿠마가 대놓고 협박을 한다. 살인하지 않으면 넌 이 방에서 못 나간다고 하지 않나(챕터4), 아니면 직접 병에 걸리게 해서(챕터3) 살인을 종용하지 않나, 진상을 알기 전엔 너무나도 노골적인 살인 협박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진상을 알게된 후에는 어느정도 납득했지만, 여기서 또 아쉬운 점.
그 진상이 내가 기대했던 진상이 아니었다. 너무 기대했나 싶기도 하고.
진상부터 찝찝한데 결국 열린 결말이라 더 찝찝하다. 일단 단간1의 주인공들이 너무 진주인공스러웠다. 제작진들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에노시마 쥰코의 입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단간2의 장점이 이런 플레이어가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할 점을 미리 알고 캐릭터의 입으로 찝어주는 점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히나타=카무쿠라 이즈루라고 밝혀지기 전에는 단간2의 캐릭터들이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리는 느낌까지 들어서 이게 마음에 안 들었음.
내가 지금까지 함께 해온 건 단간1의 아이들이 아니라 단간2의 아이들인데. 그리고 카무쿠라 이즈루의 정체가 밝혀지고 나서부터는 히나타 하지메가 주인공인 이유, 아니 주인공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밝혀졌던 것 같아서 괜찮았지만 그래도 단간1이 진주인공스러운 건 부정할 수 없는 듯...하지만 나에기의 등장은 개인적으로 소름 돋긴 했다.
스토리가 아쉬운 것만 빼면 정말 재밌었다. 일상 파트는 조금 지루했지만 수사 파트, 학급재판 파트가 그만큼 재밌다. 개인적으론 챕터1, 챕터5가 제일 재밌었는데 전부 코마에다 나기토가 활약하는 챕터라는 게 어딘가 진 기분을 느끼게 함...
스크린샷들 올리면서 마무리!
사전 정보 없이 했으면 순수하게 의심되는 인물일 것 같은데, 인기 캐릭터라서 그런지 전혀 예상을 못했던 챕터1의 진상..
예상 밖의 커플
요상한 소꿉친구 커플이라는 건 좋았지만 페코는 취향인데 쿠즈류가 취향이 아니라 f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