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악희(神々の悪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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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순서 : 로키 → 발도르 → 츠키토 → 타케루 → 아폴론 → 하데스

(※이집트 신화 미공략)


별점

★★


2013년 10월에 브로콜리에서 발매한 신들의 악희입니다.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제가 이 게임에 관심이 생긴 건 처음 카즈키 요네 그림, 성우 때문이었고 결국 사게된 건 카즈키 요네가 그린 점포특전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스토리는 별로 기대를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만든 제작사, 제작진들에게 너무 실망을 해서 한동안 오토메 게임 자체를 놓고 있었습니다. 그전에 한 게임 영향도 있었지만요.


이 게임 장르가, 운명의 실을 잣다 -Love is Pain- ADV인데요. 진짜 장르 이름 하나는 잘 지었어요. 아니 잘 지었다가 아니라 참 잘 낚은 듯. 러브 이즈 페인은 개뿔.... 무슨 운명을 실로 잣는다는 건지 모를...

저런 문장을 붙일 정도로 스토리가 깊이있는 건 절대 아니고, 저런 걸 안 붙여도 스토리가 너무 별로라 플레이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한 2주 전까지만 해도 오토메 게임 덕심을 잃어가던 상태였음...


각설하고, 크게 3가지 분류로 나눠서 감상.


1. 시스템

이 게임을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이 딱 2가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시스템입니다. 정말 좋았어요. 스킵 속도 빠르고, 대사 넘어가는 것도 부드럽고, 그 외 다른 시스템도 매우 쾌적했습니다. 시스템까지 별로였으면 1~2명 정도 끝내고 때려쳤을텐데, 시스템 덕분에 메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은 모두 엔딩 봤습니다. 


퀴즈, SS, 미니어쳐 가든도 그냥저냥 괜찮았어요. 미니어쳐 가든은 스토리때문에 우울했던 제 마음을 잠시나마 치유해준 고마운 시스템입니다ㅋㅋㅋㅋ SD캐릭터가 귀여움. 아이템들도 귀여움. 물론 그게 끝이지만.


2. 시나리오

2-1. 전개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우선, <신들의 악희>는 주인공이 신들과 1년을 보낸다는 내용입니다. 보통 이런 내용은, 사계절같은 시간의 흐름이 잘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봄엔 무엇을 하고, 여름엔 무엇을 하고… 그렇게 1년을 자세하게 서술해주는 건 전혀 안 바랐어요. 공략 캐릭터가 8명이나 되기도 하니까 게임 볼륨 문제도 있었을거고요. 근데 이 작품은 그런 걸 떠나 좀 심하게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는 편입니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1년이 그냥 가요.


왜냐하면 일단 신들이 자기 멋대로 계절을 바꿉니다. 수학여행을 가고 싶으면 갑자기 가을로, 여름축제 보고 싶으면 갑자기 여름으로, 그런 식으로 1년이 흘러서 졸업합니다.

제목이 신들의 악희(라고 쓰고 장난이라고 읽음)니까 이정도는 그냥 너그럽게 봐달라기엔 너무 심해요. 시나리오에 근본이 없습니다. 장난도 정도가 있는거지, 그냥 신들이 만들어낸 환경 속에서 학원물 놀이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장난하는 것 이전에 이 작품의 최종 목표는 주인공이 여러 문제가 있는 신들과 교류를 하고 그 신들은 인간과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고 졸업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면 여기 캐릭터들은 일단 인간다운 생활을 해봐야하는 것 아닐까요. 인간이 계절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제우스 외 몇몇 신들이 만들어낸 리그에서 일어나는 신들의 유희에 불과할 뿐, 인간에 대해 배운다? 그런 거 없습니다. 학원 내 신들 외에 등장인물이라곤 제우스가 만든 인간을 가장한 인형들일 뿐.


주인공도 인간, 사랑에 대해 알려주는 게 딱히 없었습니다. 웃긴게, 제우스가 말한 주인공의 목표는 신들 6명을 전부 졸업시키는 건데, 막상 각 캐릭터 루트 초장에 들어가면 제우스는 주인공에게 '다른 신들 다 졸업 가능한데 한 명만 졸업 불가능함ㅡㅡ'하고 타박합니다. 애초에 뭘했다고 그 신들이 졸업이 가능한지... 주인공이 선택한 신만 졸업 불가능하다고 그러고 ㅋㅋㅋ 진짜 시나리오에 근본이 없음22


이 제작사가 개그와 병맛으로 승부를 걸었다해도, 그럼 처음부터 개그와 병맛으로 가서 마지막까지 그렇게 할 것이지, 그냥 가벼운 학원물st로 가다가 갑자기 신화에서 나온 이야기들, 설정들 들먹이면서 우울해지고 진지해집니다. 근데 그게 전혀 안 슬프고 몰입이 떨어지기만 합니다. 몇몇 루트, 엔딩은 환장할 정도.


2-2. 연애 루트 & 숙명 루트

진짜. 환장....

도대체 디렉터가 무슨 생각으로 루트를 연애와 숙명으로 나눴는지 모르겠어요. 떡밥 회수할 능력도 없고, 스토리텔링 능력도 부족하면서 엔딩을 4개나 만들고. 그냥 굿엔딩 배드엔딩으로 끝낼 것이지.


한 루트에서, A라는 설정이 나옵니다. 그 A라는 설정은 그 캐릭터에 대해 정말로 치명적인 역할을 하는 좋지 않은 설정입니다. 무조건 끝까지 들고가서 해결해야할 설정이에요. 근데 그게 숙명 루트에서는 끝까지 들고가서 해피하든 새드하든 잘 해결되지만, 연애 루트로 가는 순간 그 설정은 흐지부지됩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니까 캐릭터별 감상에서 쓸텐데요, 이럴거면 뭣하러 루트를 따로만드는지... 평범한 학원물에 신화 이야기를 집어넣고 싶으면 어떻게든 잘 버무려서 한 스토리로 끝장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OTL


저런 설정오류가 아니어도 연애 루트, 숙명 루트가 좋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이건 그냥 설마하는 건데, 제작진이 BL을 노리고 숙명 루트를 만들었나 하는 의혹도 드네요. 어떤 루트에선 여자 주인공과 남캐가 나눠야 마땅할 대사를 남캐 둘이서 나누고 있습니다. 여주는 뒤에서 둘을 응원하는 공기가 되어가고 있고요. 이런 꼴을 내가 볼 줄이야!


또, 연애/숙명으로 분기되기 전에 주인공과 그 캐릭터가 쌓아온 감정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연애 루트로 가면 그 감정선이 그대로 이어져서(이것도 급전개라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엔딩을 맞이할 수 있어요. 근데 숙명 루트로 가면 주인공과의 감정선? 그런 거 없습니다. 주인공이 활약하는 숙명 루트도 있지만, 아닌게 더 많았고 캐릭터가 주인공한테 가졌던 감정은 없던 게 됩니다. 그전에 고맙다고, 이런 건 처음이라고, 너밖에 없다고, 그렇게 말했으면서 숙명 루트로 들어가는 순간 전부 0이 되어버려요.


그리고 모든 캐릭터 엔딩이 거의 다 똑같습니다. 특히 연애엔딩 1,2는 방식만 다르지 결말은 똑같아서 성취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개연성도 없고, 급하게 처리할 거 처리하고 제작진이 정해놓은 엔딩으로 가는 느낌... 하데스 루트만 좀 달랐고, 이집트는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애초에 이집트 신화 시나리오는 다른 6명보다 짧다고 그래서...


이러니저러니해도 초반엔 즐길거리도 있고 좋았는데 루트가 분기되는 순간... 장점이 다 사라졌습니다.


3. CG와 성우

카즈키 요네상이 맡으셨죠. 근데 요네상 작화는 역시 이런 장르보단 박앵귀나 비색의 조각 같은 일본풍 장르가 훨씬 잘 맞는 듯... 

묘하게 작붕이 있는 CG도 있었고. 그래도 위에서 말한 이 게임을 칭찬할 수 있는 부분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성우도.. 연기는 좋았습니다. 특히 호소양은 캐릭터 잘 만난 듯. 캐릭터도 그나마 매력있다고 느낀 캐릭터가 로키, 하데스 정도였고.


자세한 건 캐릭터별 감상으로▼ (네타는 있지만 별 내용없음 주의)





4. 마치며

이미 애니화도 결정난 상태에서 문득 생각난건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어요.

깊게 안 들어가거든요. 보통 1쿨로 끝내니깐. 오리지널+초반 이벤트를 넣으면서 캐릭터들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면 중박은 칠지도?


쨌든, 저에게는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 작품. 아니메이트 한정판으로 산게 후회되기도 하고...하지만 점포특전은 그만큼 예뻤어요.. 지금봐도 예뻐요 엉엉ㅠㅠㅠㅠㅠㅠ... 


p.s. 신들의 학원이라는 배경 말고, 그냥 신들이 인간 행세를 하고 주인공이 다니고 있던 학원에 전학을 온다거나하는 설정이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제우스같은 신들이 꼭 개입을 해야한다면 일반인 코스프레하고 이사장 자리 꿰찬다던가 할 수도 있고. 그리고 신들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반을 만들어 거기에 여자 주인공을 편입시켜서 신들과 교류를 하게 하는거죠.

지금 신들의 악희 배경은 그냥 인형놀이 같아요. 신'들'의 악희가 아니라 제우스의 악희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