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왈츠 (戦場の円舞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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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 순서 : 라스틴 → 아벨 → 파슈 → 티팔렛 → 니케 → 빌헬름


별점

★★☆


본문에 네타 약간 있습니다. 치명적인 네타는 접기글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좋은 소리는 별로 없습니다 T_T


1. 시스템

있을 거 다 있는 시스템.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이 작품은 <크로니클>이라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게임 난이도를 정말 쉽게 만드는 데 한 몫합니다. 공략을 한 번도 보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예요.


배드엔딩을 볼지라도 이 크로니클 시스템만 있으면 어느 부분에서 실수해서 배드엔딩을 보게 됐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엔딩을 회수할 때도 크로니클에 명시되어 있는 플래그만 회수하고 보고자 하는 엔딩 on을 눌러 쭈욱 플레이하다보면 회수할 수 있습니다.

주회 플레이도 엄청 쉽고, 엔딩 회수도 쉽고, 호감도 체크도 쉽고 그냥 다 쉬워요.


이게 어떻게 보면 (게임이 너무 쉬워서)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시면 이 시스템을 아예 이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강요하는 건 아닌....아니긴 한데.... 트로피를 전부 회수하려면 크로니클을 다 모아야 한다는 유일한 단점이… 그러니까 크로니클에 있는 선택지를 다 눌러야 합니다. 게임 안에 있는 선택지를 전부 눌러야 트로피를 전부 모을 수 있다는 소리. 트로피에 연연하지 않으면 이런 단점도 없는 시스템이겠죠.


어쨌든 전 플레이 중에 이 시스템에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그래픽

스탠딩 CG 바리에이션이 많고, 이벤트 CG도 많은 편이라 좋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없는 서브 캐릭터까지 스탠딩을 다 그려서 챙겨줍니다. 공략 캐릭터도 외견에 사소한 변화가 있으면 그것까지 챙겨줍니다.

Shop 시스템이란 게 있어서 엔딩을 보면 마석을 얻는데 그 마석으로 특전까지 챙기면 더 많은 CG를 획득. 이런 부분에선 성의가 보여서 좋습니다.

이벤트 CG는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예쁘다는 인상.

이런 부분에선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3. 시나리오

문제는 이거지 ^0^!

왈츠에서 제일 기대한 게 시나리오였는데 그 시나리오가... ㅠㅠ


이 작품의 제목은 【전장의 왈츠】입니다. 캐치프레이즈도 소녀가 연주하는 푸른 왈츠였나 이거 아니었나요?

설마 이렇게까지 제목과 실제 시나리오에서 괴리가 느껴질 줄은…


【전장】


이 작품에서 엄중한 전쟁, 심리묘사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사실 이건 저도 기대를 안 했어요. 시나리오라이터가 발매 전에 이 작품은 전쟁+청춘+학원물이라고 했어가지고(...) 전쟁과 청춘+학원이라니 서로 참 안 어울리는 단어.

그런데 막상 플레이를 해보니 전쟁은 아예 제쳐두고 청춘학원물을 강조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루트마다 전쟁 또는 전투가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정말 가벼워요. 이 전쟁에 뛰어드는 '니르바나'라는 군사학교 학생들의 마음가짐도 가볍고, 공략 캐릭터들과 주인공들의 마음가짐 또한 가볍습니다. (사실 제일 가벼운 건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더 가볍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고뇌, 전쟁에서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지, 그리고 '나'와 '그'는 여기서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목표까지 나아갈 것인지, 그리하여 '나'와 '그'는 무엇을 해내는지. 이 과정이 겉핥기식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감정 묘사와 갈등 해결과정이 어설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무거운 전쟁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배경이 군사학교인 학원물이라고 보는 게 편해요.

하지만 무겁지 않다고 해서 잘못된 거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때로는 가벼울 수도 있는 법이죠. 그래도 이 가벼운 이야기에서 적어도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감정묘사로는 납득을 시켜줘야 하는데 그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공략 캐릭터들은 어쨌든 '무언가(그게 사랑이 됐든, 뭐가 됐든)' 를 이루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이루는 과정을 보면서 뿌듯한, 대견한 마음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건 느껴지지 않고 '아... 그렇구나...'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캐릭터들의 감정을 지문이나 장면으로 묘사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와서 대사로 내 마음은 이렇다 저렇다 말하니까요. 너 언제부터 그랬는데? 라고 매 루트를 할 때마다 생각하게 됩니다.


【주인공】


주인공 란은 어떤 계기로 마검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 마검 때문에 집을 잃고, 부모도 잃고, 모든 것을 다 잃습니다.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니르바나에 끌려가 그 곳의 학생이 됩니다. 아직 불안정한 마검, 그리고 불안정한 자기자신, 사라진 자신이 있을 장소. 란은 자신이 있을 장소를 찾기 위해, 마검을 잘 다룰 수 있기 위해 니르바나의 학생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그 곳에서 란은 자신과 엮이는 학생들의 비밀, 사정, 그리고 이 세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공략 캐릭터와 함께 그것을 해쳐나가는 게 스토리의 주축이에요.


하지만, 공통루트에서 그렇게 언급하는 '마검'의 이야기와, '자신이 있을 장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 그게 어떤 루트에서든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공략 캐릭터의 사랑을 쟁취한다 할지라도 결국 란 스스로가 얻은 건 없습니다(오히려 잃죠.) 공략 캐릭터가 얻는 건 있어요. 란을 얻고, 지위와 새로운 목표를 얻을 때도 있고, 오히려 공략 캐릭터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란은 없습니다. 여기서 정신적으로 제일 불안정해 보이는 건 란인데, 그녀는 공략 캐릭터들의 상처를 돌봐주기만 하고, 목표를 도와주기만 합니다. 마검을 잘 다룰 수 있게 되지도 않고, 니르바나에서 제대로된 성공을 거두지도 않습니다. 공략 캐릭터가 거두죠. 란은 그걸 따라가기만 합니다. 저는 주인공이 제대로 마검을 쓰게 되는 것을 보고 싶었고, 주인공이 정말 성장해서 뭔가를 이루는 걸 보고 싶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란은 다소 마음에 와닿지 않는 주인공이었고, 그때문에 시나리오에도 빠져들기가 힘들었습니다.


물론 란의 활약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닙니다. 누군가와 싸워서 승리를 하기도 합니다. 공략 캐릭터와 같이 적에게 맞서기도 합니다. 마검을 제대로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건 란 본인의 힘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모든 루트(빌헬름 루트 제외)에서 내내 잠만 자고 있던 마검의 요정 '빌헬름'이 다소 와닿지 않는 계기로 '버프'를 걸어줘서 승리를 하는 흐름으로 가기 때문이죠. 훈련 장면이 나오긴 하는데 정말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고요. 결국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란 스스로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공략 캐릭터의 사랑 하나 빼고요.


그래서 그 공략 캐릭터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은 마음에 들었냐고 물어보시면 그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감정 묘사와 갈등 해결과정이 어설픕니다. 란과 공략 캐릭터가 왜 서로를 좋아하게 됐는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게 파슈 루트 뿐. 나머지는 아니었습니다.


【왈츠


제목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단어. 왈츠(원무곡).

여기서 또 제목과 실제 시나리오에서 괴리를 느낍니다. 저는 전장에서 울려퍼지는 원무곡, 그러니까 주인공 란에게 마력이 있어서 그 힘으로 피리를 불어서 캐릭터들에게 버프를 걸어준다던가 그런 걸 상상했는데 ㅋㅋㅋㅋ 실상은... 뭐 그렇습니다..


PV OP


위 캡쳐는 PV와 OP에서 나온 란(으로 추정)이 피리를 불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런 모습을 꽤나 비중있게 다루는 것 같아서 전장의 원무곡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하면서!!! 정말 기대했는데!!!!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저런 장면이 나오긴 나와요. 나름 어떤 캐릭터 루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저 소재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전장의 왈츠 - 왈츠 = 0'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딱 하나의 캐릭터 루트에서만 다뤄지기 때문에, 이게 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소재면 나머지 루트는 허수아비 신세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_T... 결론은 전 장대하게 낚였다는 거…


티저 사이트에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소녀가 연주하는 것은 푸른 왈츠'....는 스토리 자체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게 아니라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리본의 기사>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사실 할 말은 많은데,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굳이 저 작품과 세계관을 공유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오히려 사파이어 왕자 팬들이 이 게임을 하면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요?


【떡밥】


그렇다고 이런 20% 정도 부족한 시나리오에서 볼만한 곳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군데군데 마음에 와닿았던 대사, 장면도 있었고, 나름 괜찮다 싶은 캐릭터도 있고, 루트도 있습니다.


특히 떡밥 회수는 정말 괜찮았습니다. 공통 루트나 다른 루트에서 잠깐 던진 떡밥을 개별 루트나 다른 루트에서 회수합니다. 잠깐 스토리와 크게 관련없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그 장면은 다른 루트에서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런 건 좋았던 부분이네요.


하지만... 이런 떡밥 하나하나 말고 그 떡밥을 한 그릇에 모아 하나로 뭉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더 흥미진진해지는 걸 보고싶었던 저로서는 거기에 대한 과정과 묘사가 하나둘씩 빠져있어서 김이 빠지더라구요. 이러니 저러니해도 아쉬운 시나리오. 단순히 무겁지 않아서…가 아니라 비교적 가볍다고 해도 그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냐가 중요한데 거기서도 부족했다는 느낌.


4. 기타

음악은 사운드 트랙을 살 정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집중을 깨는 브금도 있어서...

트랙 제목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싸우기 전에 도입부에서 통통 튀는 음악이 있거든요.. 장면과 잘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ㅠㅠ


매력있는 서브캐가 있긴 합니다. 전 공략캐 서브캐 통틀어서 서브캐인 에리아스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

근데 그렇다고 란과 연애를 시키고 싶진 않아. 오히려 키오라가 낫지 않나... 군사학교의 교관과 여왕의 사랑이라니 주종(비스무리 한 거) 좋아하는 저는 참 좋습니다 하하하


5. 캐릭터별 감상



6. 끝

횡설수설한 감상이 된 것 같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시나리오가 아쉬웠다는 것, 떡밥 회수는 좋았지만 여러가지 소재로 만드는 이야기의 확장이 별로였고 특히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네요.

그래도 즐길 부분은 있었기에 구매에 후회는 없습니다.


+)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에리아스지만 정작 인기투표에서는 빌헬름을 뽑았다는 게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