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부터 전투, 시스템, 미니게임 등의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니 분위기 스포조차 당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를, 시나리오 이전 요소까지는 OK이신 분들은 초반만 읽어주세요!
1. 하늘, 제로, 벽, 섬 시리즈의 완결작
팔콤 사장이 말했듯이 본작은 섬의 궤적의 일단락되는 작품이자, 하늘~벽의 궤적 완결편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팬서비스로 전작의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의 다루지 않았던 결말이나, 3rd에서 나왔던 모든 떡밥을 언급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은 전작 모두를 하지 않으면완벽하게 이해하기가 힘들고 재미도 덜합니다. 플레이어는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화면 속 캐릭터는 그 사람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단계부터 시작하니 전작을 모르는 사람은 그 사이에서 나오는 관계성의 재미를 느낄수가 없어요.
물론 섬궤4의 메인 스토리는어디까지나 신, 구7반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대화에서 오는 재미를 전부 못 느껴도 되는 분에겐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본작 주연의 역할을 뺏는다거나 하지 않으므로 밸런스도 괜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작을 모두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감동 받을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전작들의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여, 다 같이 모여서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가지는 부분은 그동안 이들의 길고 긴 여행을 함께 해왔던 유저라면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을까요.
2. 전작보다 나아진 전투
전작에서 지적됐던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개선하려 노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더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전투가 터무니없이 쉬워졌다는 걸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는데, 이번엔 보스의 공격력이 높은 편이고, 브레이크가 되더라도 금방 회복되는 편이며 필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강적조차 HP가 높아서 금방 쓰러뜨리기 힘들다는 느낌. 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서 마스터쿼츠의 레벨이 높아지고 고성능 쿼츠 세팅을 완료하면 또 쉬워지긴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난이도를 원하시는 분껜 하드부터 시작하는 걸 권하고 싶네요. 참고로 본작의 디폴트 난이도는 Easy입니다.
아츠가 정말 강력해졌습니다. 크래프트 몇 방 보다 아츠 한 방 날리는 게 전투가 더 쉽게 끝나요. 그래서 아츠 캐릭터-대표적으로 엠마, 뮤제 등-는 키워두시길 추천합니다. 근데 그렇다고 오더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기에 크래프트도 필수적으로 쓰입니다. 또 이번에 BP의 상한이 5에서 7로 올라가서 버스트, 러쉬도 자주 사용했어요. 특히 버스트는 상태이상에 걸린 캐릭터도 곧바로 해제된 상태에서 공격에 참여하기 때문에 유용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론 기신전이 이 게임에서 난이도가 제일 높았습니다… 후반부 보스전을 한 번도 리트라이 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기신전은 한 두번 정도 리트라이를 한 것 같아요. 데미지도 쎄고, S크래프트가 날아오는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워서 한번에 다 죽는 일이 발생하더라고요. 물론 처음부터 템빨로 밀어붙이면 쉽습니다.
3. 그 밖의 시스템, 편의성
전투에 오토모드가 들어가서 귀찮은 필드전은 그나마 빠르게 넘길 수 있어서 좋았고요. 세이브도 파일을 저장시간순 정렬이 아니라 역정렬로 해줘서 저장하기 편했습니다. 오토세이브도 있는데 잘 이용하진 않았던 편이라... 또 각 캐릭터의 오더를 강화할 수 있는 시련의 상자가 있는데 이 시련의 상자도 상자별로 워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편했어요. 섬1, 2에 비해 섬3, 4는 편의성에 많이 중점을 둔 느낌이네요.
미니게임은 대표적으로 'VM', '포뭇또'가 있는데 플래티넘 따려면 둘 다 열심히 해야합니다. VM은 전작에서 너무 쉽고 단순하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엔 난이도는 조금 올라간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쉬웠네요... 여전히 원거리 공격 카드가 강세고, 고코스트로 몰아붙이는 상대한텐 마스터 '위치'로 행동봉인 해주면서 공략하니까 거의 다 쉽게 이겼습니다. 포뭇또는 일본 쪽 반응을 보니까 적절한 난이도라서 재미있다, 미니게임치고 어렵다 등등이 있는데 전 전자 쪽이네요. VM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갈수록 어려워져서 짜증날 때도 있었는데 그만큼 이겼을 때 쾌감도 좋았고요. 짭 뿌요뿌요인데 이정도면 괜찮다 싶어요.
이제부터는 엔딩까지 모든 스포일러를 포함한 감상입니다. 스포일러 주의!!!!
플레이타임은 98시간. 자주 사용했던 캐릭터는 린, 크로우, 가이우스, 엠마 이 넷입니다. 부득이한 이유로 파티에 못 넣을 때 빼고는 꼭 데려갔었고, 최종던전~진보스도 이 넷 위주로 진행했어요. 그리고 오더 때문에 유우나도 자주 데려갔고, 아츠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엠마 말고 뮤제도 아츠 세팅 해줘서 같이 데려갔네요.
린은 M쿼츠 카구츠치를 달고 나왔는데, 그냥 서브에 두고 고즈(경직시간 1.5배 데미지100% 상승) 껴주고 CP상승은 악세로 보완하니까 데미지 자체는 제일 높게 나왔습니다. 크로우는 궁그닐을 달고 나왔는데 그걸 존중해서 극크리세팅을 해줬고 크리만 터진다면 린보다 데미지가 잘 나온 적도 많았어요.
전 섬3부터 크로우를 플레이어블로 쓰고 싶었던 욕망이 강렬했기에 크로우 성능 자체는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꿋꿋이 린과 함께 붙여서 데려갔습니다. 정말 원없이 썼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아쉬움 한 점 없네요. 기신전에도 꼬박꼬박 참여하지, 말도 타지, 낚시도 하지, 심지어 발리마르 서포트까지 해주지, 린이 옆에서 코이! 발리마아아르! 외치면 같이 오르디네 외쳐주지!! 뭐 안 하는 게 없더라고요! 껄껄껄
가이우스는 M쿼츠 시리우스로 바꿔주고 회피세팅으로 탱커 역할을 시켰습니다. 사실 회피탱커는 가이우스같이 근거리 역할보다는 피같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터가 나은 거 같은데 제가 수호기사빠라 꿋꿋이 가이우스 데려갔습니다. 작품 내내 메르카바 셔틀만 했던 가이우스인데 저라도 좀 챙겨줘야죠! 아니 세계에 대한 비밀도 여신이라..읍읍읍(말잇못)이라서 마녀가 다 설명하네!! 수호기사 비중 어쩔거냐 팔콤!
엠마는 제가 섬2부터 애지중지 키웠던 아츠캐라 이번에도 빼놓을 수 없더라고요. 상태이상 해제 크래프트가 있어서 무효화 악세 껴주고 회복 역할도 담당했고, M쿼츠 티타니아+판도라 세팅에 로스트아츠를 써봤는데 EP가 전혀 달지 않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오즈본, 아리안로드, 맥번같은 보스 제외하곤 엠마가 로스트아츠만 쓰면 다 브레이크 걸리더라고요. 전투 쉽긴 해도 재밌었습니다. 전 만족.
그나마의장점은 다 말했다! 아! 힘들었네! 이젠 연출, 시나리오 이야기.
4. 구린 연출과 모션의 환장 콜라보레이션
팔콤의 고질적인 문제 모션. 그리고 그에 따른 연출. 전 그래픽 보는 눈이 낮은 편이라 섬3 하면서도 문제점을 잘 못 느꼈었는데요.. 오히려 발전했다고 칭찬했을 정도였음. 그런데 이번에는 궤적 시리즈가 일단락되는 작품인만큼 머릿속에 오래 남을만한장면이 많았는데 그게 모션, 연출 때문에 집중이 깨질 정도였습니다..
린을 위해 원기옥 모으는 장면.jpg
아크스2로 인연의 힘을 강조하는 건 1부터 나왔고, 저 검은 공간에서 심장의 조각이 나와서 린의 각성을 표현하는 건 2에서도 나왔는데, 4에서까지제일 중요한 장면 중 하나를 똑같이 연출했어야 했을까요...? 크로우랑 뒤바리까지 강한 빛을 뿜는 것까진 그렇다치는데, 저 멀리 있는 황녀, 엘리제, 토와 그리고 발리마르까지 출동해서 영맥 어쩌고 하며 원기옥에 힘을 실어주는 장면은 분명 감동 받아야할 장면임에도 웃음이 나왔습니다....
섬궤는 주요 캐릭터가 너무 많은 나머지 내내 강조했던 '인연의 힘'을 납득하기엔 서사가 촘촘하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신7반이 소규모 인원이라 괜찮은 편이었는데,이 친구들이 린 교관에게 수정펀치를 날리는 건 좋았는데 그 다음부턴 투머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르크 앙 시엘에서 모든 인맥을 총동원하여 공연하는 모습....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여러가지를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그 무대 퀄리티가 말입니다... 제가 군인들 눈치를 볼 정도였네요! 벽궤에서일리야와 리샤가고속회전을 하며 날아다녔던 게 훨씬 나았다는 느낌! 아무리 그래도 무대에서 춤추는 캐릭터들 옷은 바꿔 입혀야 하지 않을까...? 블블랑 나오는 장면부턴 웃었습니다... 역시 섬궤는 학연지연혈연이 끝까지 다 해먹습니다!
옛날부터 지적됐던 똑같은 모션 반복(허리 한 쪽에 팔 얹기, 안경 추켜올리기, 안돼!하면서 팔 뻗기 등)은 이제 지적하기도 귀찮고, 플레이하면서 최고로 고조되어야 할 장면까지 신경을 덜 쓴게 보여서 아쉬웠어요.다섯개의 기둥과 함께 환상기동요새가 출현했을 때, 그리고 '흑'을 물리친 후 하늘이 개이는 장면은 전작들처럼애니메이션같은 걸 넣었다면 최종던전을 앞둔 플레이어의 긴장감과 마지막까지 버티며 해결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기에최적이었을 것 같은데 이것도 하나도 없어서 아쉬웠고요.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정도 볼륨의 게임을 만드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은 알지만, '하영벽섬'의 완결작인만큼 눈이 높아진 것 또한 어쩔 수 없네요...
5. 무너져버린 제국주의 비판
궤적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여러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궤적>은 지보같은 판타지에 의존하지 않아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힘을 합쳐 해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으며, <영, 벽의 궤적> 또한 비슷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인공 일행 반대편엔 주인공과 반대되는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있었죠. 리샤르, 와이스맨, 디터, 이안 등이 그렇습니다.서로의 신념과 신념이 부딪치며,반대쪽 인물들은 주인공의 신념에 논파당하며 인간찬가로 마무리되곤 했습니다. 저는 이런 궤적 시리즈의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조합한 이야기에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전 <섬의 궤적>에게 기대했습니다. 오즈본의 반대편에 서서, 제국주의 비판을 좀 더 적나라하게 할 거라는 것을요.분명 벽궤 그리고 섬2에선 제국주의 비판을 하고 있었고, 7반아이들은 자신들의 국가인 제국에서 고민과 좌절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섬2는 미숙했던 아이들의 '실패한 이야기'로 끝났지요.
그 과정을 딛고 7반 아이들은 2년간의 성장을 통해 '오즈본 재상은 틀렸기에 그에게 대항한다'라는 목표를세웁니다. 오즈본 재상은 7반 아이들에게 신념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맞부딪쳐야 할 상대였고, 그렇게 다뤄져야만 했던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섬궤는 '국가총동원법', '8대도시구상', '총독부' 등 매우 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용어를 써왔어요.심지어는 요르문간드 작전(세계대전으로 이어짐)이 시작된 날짜도 실제 2차 세계대전 개전일인 9월 1일로 설정했습니다.
제국주의가 극에 달한 에레보니아 제국에서, 이 제국을 바꿀 사람들은 다름아닌 제국인,주인공인 린과 7반 아이들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반대편 측에 속한 인물들의 올바른 결말도 필요했어요.제국 그 자체에는 철저한 인과응보가 필요했고요. 그런데... 그게 설정 하나로 다 무너져 내렸습니다.
"'흑'이라는 제국의 저주가 모든 일의 원흉이며 이 저주는 사람들의 투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설정이 말이죠... 그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얽히고 얽혀 발생한 모든 복잡한 사건과, 극에 달한 제국주의에 물든 사람들을 '흑'의 초월적인 억제력 때문에 그랬다고 귀결시켜 버립니다. '나라를 위해 징병에 참여하여 공화국을 처부순다!'라고 말하는 NPC에게 7반 아이들은 '이 사람도 저주에...'라고 말하며 한탄하는 장면이 수십번 나오고, 전쟁에서 멋지게 승리하고그걸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미디어는 현실에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엇 인연 이벤트 등에서 '이것도 저주로 인하여 투쟁의 심리가 발현된...'이라고 표현해버립니다. 자극적인 용어 선택으로 온갖 현실적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비현실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지요.
서브퀘스트에서 닐센은 현재 사태는 단순히 저주 때문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또한 관계 있음을 말하고, 토와나 발리마르가 인간의 잘못도 있다고 말하고, 마지막에 '이슈메르가'는 자신은 그저 계기를 준 것 뿐 모든 것은 인간의 투쟁 본능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 비판을 하는 와중에, 정작 <섬의 궤적>에서 그려지는 모든 사람들은 선해요. 사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저주 때문에 변했고, 오즈본마저 사실은 드라이켈스의 환생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자신을 바쳐 모든 악을 혼자서 짊어진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크로스벨 출신 유우나를 포함한 7반 모두가 오즈본에게 맞서면서 예스 유어 마제스티를 외치는 장면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오즈본이 이런 취급을 받으니, 오즈본의 계획에 찬동했던 사람들도 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요. 루퍼스는 체포되는가 싶더니 마지막 크로스벨 재독립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 않나, 세드릭은 황족으로서 죗값을 치러야 함에도 같잖은 이유로 결사에 들어가고, 클레어랑 렉터는 아예 '제국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 제국의 미래를 위해 일하게 됩니다ㅋㅋㅋ 제국 전체가 혼란에 물들고 조각조각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건이 일어났는데 제국 내, 주변 국가는 미지근한 반응에, 공화국은 배상금 정도만 내놓으라고 합니다. 권선징악 없이 젊은이들-7반 등등-이 제국을 변화시킨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뭐 결국 섬궤는인연의 힘을 강조하며인간의 본능과 마주보고,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찾는다는 인간찬가 비스무리한 걸 주창하면서 끝나긴 했는데요. 거창한 주제에 비해 뒷받침 되는 서사가 너무나 어설퍼서 실망스러웠네요... 아니 실망을 넘어서 화가 납니다ㅋㅋㅋ
이야기 내내 본작은 '겉의 세계'와 '뒤의 세계'를 언급합니다. 겉의 세계는 요르문간드 작전으로, 공화국을 침공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대항하는 천의 아지랑이 작전. 뒤의 세계는 7반이 일곱개의 상극에 도전하여 흑을 쓰러뜨리는 것. 이렇게 현실적인 세계, 판타지적인 세계 두 가지를 다루고 있음에도 오컬트 설정이 너무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바람에 겉이고 뭐고 그저 기신 있는 짱 쎈 7반이 마왕 쓰러뜨리러가는 단순한 이야기가 됐습니다.
인간의 투쟁 본능으로 인해 저주라는 설정이 등장했다면, 저주의 '제물'이 되어 위대한 황혼을 일으킨 린은 인연의 힘으로 "짜잔 마음의조각 찾았으니 극복!" 하면 안 됐습니다. 린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든 그것은 린의 업보고, 좀 더 고민하고 좌절하며 그 인간의 본능과 마주보아야 했어요. 전 린을 정말 좋아해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다 드디어 동료에게 의지하는 린을 보는 건 좋았지만 어쨌든 공식에선 린을 '대죄를 범한'이라고 소개했으니 모두가 넌 잘못이 없어! 그건 저주 때문이야!하며 부둥부둥해주면 안 됐어요. 모니터 밖 플레이어라면 몰라도요. 이쯤되면 정말 저주 설정에 의문밖에 남아있질 않습니다...
사족. 제국의 황가에 대한 취급도어이없는 나머지 웃음이 나왔습니다. 유겐트 3세는 총을 맞았든 어쨌든 전말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발버둥치기는 커녕 가만히 있었고 세드릭은 아예 전쟁을 부추겼으니 황가도 책임을 져야합니다. 근데 그 유겐트 3세에게도 7반은 예스 유어 하이니스!하고 있으니ㅋㅋㅋ (뒷목... 황가를 대하는 제국인들도 정말 유하고요, 이런 황가를 만든 제작진도 참...
6. 인연 이벤트 왜 못 잃어?
2016년에 콘도 사장이 제일 인상 깊었던 게임으로 페르소나5를 꼽았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어야 했습니다... 사실 이건 이미 일본, 한국 불문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제가 굳이 말을 얹을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인연 포인트가 서브퀘스트까지 하면 6~8포인트 정도 주어지는데 이걸로 웬만한 이벤트를 다 볼 수 있는 건 긍정적입니다. 그런데...남자 캐릭터들 인연 이벤트는 새로 밝혀지는 설정도 있고 성장이 그려져서 좋았는데요, 여자 캐릭터들은 린에게 종속되는 느낌이네요. 거의 모든 여자 캐릭터가 린과 연애가 가능하거든요. 심지어 제자 위치에 있는 신7반까지ㅋㅋㅋ
내용이라도 괜찮았으면 모르겠는데, 사라는 폭주한 린을 못 막겠으니 아예 자기를 희생하려고 하면서 캐붕이 일어나지 않나, 라우라는 "결국 나도 여자인 거겠지"하면서 린에게 고백하질 않나... 고백하는 것 빼고 내용 자체가 그나마 나았다고 생각이 드는 건 토와랑 알핀 정도네요.
그리고 전 린을 좋아하기에 이렇게 여자 캐릭터들이 고백하는 시나리오 중심에 서있는 린이 어장관리하는 것처럼 보여서 너무 화가 났습니다ㅋㅋㅋ 또제작진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안그래도 무거운 짐을 안고 있는 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여,대답을 언젠가 해야한다는 또 다른 짐을 얹어주는 시나리오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적어도 제가 아는 7반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밀어붙이는 성격이 아니었을텐데요...
7. 궤적의 업보
궤적 시리즈가 자꾸 인간의 업보 어쩌고 하는데요, 전 궤적 시리즈 자체에도 업보가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사람의 완전한 부활". 미디어에서 캐릭터를 죽이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비극 중 하나고, 그래서 그 비극을 극대화 시켜서 보여주기 위해 작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만큼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캐릭터의 죽음일 거예요.
이건 반대로 말하면 캐릭터가 죽었다고 해도 그 캐릭터를 부활시키는 내용이 나온다면 이제 그 충격은 옅어지게 된다는 소리지요. 보는 사람은 앞으로도 캐릭터가 죽는 비극을 경험할 때 어차피 쟤도 나중에 살아나겠지-라는 가능성을 염두에둡니다. 작가가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캐릭터의 죽음으로 인한 비극을 그려도, 그걸 그대로 전달하기는 이제 힘들다는 거예요. 크로우랑 밀리엄이 완전한 부활을 이뤄냈으니까요. 그것도 지보의 힘으로요. 앞으로 지보가 세 개나 남았는데, 그 지보로 어떤 기적이든 이룰 수 있고 인간이 거기에 손을 내밀었다면 이제 비극은 필요없지 않을까요? 제가 크로우랑 밀리엄을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둘을 부활시킨 건지 모르겠어요.
8. 그럼에도...
계속 까기만 해서 머쓱하긴 한데, 이 비판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했던 한 가지가 있었어요. 바로 진엔딩 일러스트입니다...^^ 내가 궤적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구나,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봐서 그래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해피엔딩의 과정에 대한 건 차치하고요. 그래서 화날 때마다 일러스트를 보면서 화를 다스리곤 합니다^ㅡ^
캐릭터별 감상을 쓰게 된다면 거기서 자세하게 쓰겠지만, 좋았던 부분도 많았기에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것에 대해 후회는 전혀 없어요.제가 하영벽에서 느꼈던 걸 섬의 궤적에선 전혀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반대의 감정을 느껴서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