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줘! 악역영애 Vol.1

악역영애란 대체 무엇일까? 눈 돌아갈 정도로 넘쳐나는 악역영애의 세계를 알아보자!

 

코믹 나탈리의 칼럼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 링크

 

 

지금 소녀만화계에서는 "악역영애"로 뜨겁다. 서점이나 웹 사이트 등에서 "악역영애"라는 단어를 목격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전자서점 스토어 북라이브!가 발표한 <소녀만화・여성만화 연간 랭킹 2020>의 상위 50작품 <악역 영애는 이웃나라 왕태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오토메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영애로 환생해버렸다...>, 등 네 작품의 제목엔 "악역영애"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그리고 타이틀의 악역영애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해도 <외과의사 엘리제>, <악의 꽃길을 걸어가요>, <이번엔 절대로 방해 안 해요!> 같은 악역영애의 특징을 가진 작품이 같은 랭킹에 이름을 올려 많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악역영애"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유행과 매력을 탐색하기 위해 코믹 나탈리는 악역영애에 관한 연재 기획을 시작했다. 제1회에서는 악역영애 작품 특징과 그 장르의 역사를 해설한다.

 

글 / 七夜なぎ 헤더 일러스트 / ウエハラ蜂

 

■ "악역영애"의 특징이란?

 

"악역영애"물에는 대강 이러한 특징이 있습니다.

 

■ 히로인(주인공)이 "이야기의 악역"으로서 환생, 타임리프한다.

히로인이 환생하는 곳은 오토메 게임(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소녀만화 세계

히로인이 벌 받거나 몰락 당하는 운명을 회피하기 위해 행동한다.

 

제일 기본적인 틀이 되는 줄거리는 이러한 것이겠죠... 어느 날 주인공은 자신이 살던 세계가 전세에서 플레이했던 오토메 게임 세계라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그녀가 환생한 것은 게임의 히로인이 아니라 그 히로인을 방해하는 악역영애였던 것이다! 게임 시나리오에 의하면 악역영애가 벌인 악행을 히어로에게 처단 당해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주인공은 파멸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인가!?

 

악역영애 장르는 웹소설 문화에서 탄생했습니다. 주된 발신원은 소설가가 되자! (이하, 나로우) 를 시작으로 한 소설 투고 사이트입니다. 

 

※소설가가 되자는 한국의 조아라, 문피아같은 사이트로, 원어로 小説家になろうㅡ쇼우세츠카니나로우라 읽는다. 일본 네티즌들은 여기서 "되자"에 해당하는 "나로우"만 따서 나로우, 나로우계 소설 등으로 부르곤 한다.

 

나로우에선 폭팔적인 히트작이 하나 나오면 그 히트작을 "제목"으로 해서 사이트 내 유행이 발생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들이 행하는 2차 창작이나 사이트 내에서 셰어워드를 낳는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설가가 되자의 톱 페이지.

예를 들어 나로우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이세계전생"은 최고의 예시. <무직전생 ~이세계에게 가게 되면 진심으로 임한다~>,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등, 이세계전생물을 좋아하는 독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히트작이 만들어져서 나로우 내의 작가들은 그 독자들에게 지지받을만한 이세계전생물을 쓰고 더욱 더 독자는 이세계전생물을 읽게 된다... 라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 나로우의 특징입니다. 틀이 정해져있지만 그 틀에서 어떤 식으로 벗어나느냐에서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로우에선 2010년대 전후부터 이세계전생물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세계전생 붐과 비교하면 소규모이긴 하지만 오토메 게임 세계를 무대로 한 <오토메 게임물>도 유행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두 개의 흐름이 합류한 것이 바로 악역영애 장르인 것입니다!

 

악역영애 장르는 2010년대 중반에 갑자기 나로우에서 수가 늘어서 계속해서 서적화됩니다. 서적화는 나로우 밖에서도 독자가 늘을 기회가 되는 것과 동시에 캐릭터 디자인이 결정됩니다... 즉 비주얼 이미지가 굳는 것으로 인기를 뒤에서 밀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적화로 독자를 습득하면 코미컬라이즈 기획도 진행됩니다.

 

2017년 경부터 웹소설 랭킹 상위권으로 → 서적화 → 코미컬라이즈 연재 시작 → 코미컬라이즈 단행본 간행 시작...과 같은 "황금 루트"을 거쳐온 작품이 단숨에 늘어났습니다. 2017년에 여성향 웹소설의 코미컬라이즈를 적극적으로 이룬 카도카와의 웹 레이블 FLOS COMIC이 탄생한 것도 촉발제가 되어 코미컬라이즈 작품이 급증. 현재는 다양한 출판사와 레이블이 악역영애물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악역영애물이 눈에 띄게 된 것은 그런 코미컬라이즈 작품이 계속 단행본으로 나와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또 2017년 경부터 코미컬라이즈 연재가 시작된 작품의 경우 원작 소설 1~2권 분량의 에피소드가 만화화되어 있을 타이밍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악역영애지"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명작을 모아서 읽는 것도, 폭발적인 개성을 가진 신작을 찾는 것도 지금이 마침 좋은 시기입니다.

 

■ 새 시대를 연 악역영애 작품

 

여기서부터는 악역영애 작품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작품을 세 개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기념비적 작품인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병아리 케이크).

 

2013년에 나로우에서 연재 시작. 단번에 랭킹에 들어 한때는 나로우 합계 랭킹 2위를 기록한 대인기 작품이었습니다 (당시엔 나로우에선 여성향 소설은 비교적 랭킹에 들기 힘든 풍조가 있었기 때문에 숫자 이상으로 큰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대성공이 나로우 안에서 악역영애 붐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의 주인공은 어느날 자신이 소녀만화 <너는 나의 dolce>의 세계에 환생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녀에게 맡겨진 역할은 소녀만화의 히로인......이 아니라 작중에서 히로인을 괴롭히고 히어로에게 처단 당하는 악역 아가씨 킷쇼인 레이카였습니다. 레이카는 파멸을 회피하기위해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소개한 "틀"과 비교한다면 이 시점에서 이미 틀이 완성되어 있다고 해야할까, 이 작품을 베이스로 악역영애 틀이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이해되실까요.

 

여담이지만 "주인공을 괴롭히는 고압적인 라이벌 아가씨 캐릭터" 그 자체(원래 소재)는 사실 소녀만화에도, 오토메 게임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데아적인 존재입니다. 비주얼 이미지의 원형이 된 건 <에이스를 노려라!>의 나비 부인이나 <안젤리크>의 로잘리아 정도 일까요(실제로는 이 두 인물도 긍지가 높은데다 주인공에게 협력하게 되는 역할이지만요).

 

이야기가 조금 샜네요! <겸허, 견실> 레이카는 롤머리×프랑스 인형같은 외견이지만 사실은 조금 하찮고 착해 빠진 사람입니다. 그런 그녀의 하찮음에 끌리는 듯 다른 등장인물의 성격은 본래 <너는 나의 dolce>와는 다르게 인간관계가 점점 변화해갑니다.

 

이 작품이 악역영애의 막을 올렸으면서도 후속 작품과 꽤 다른 색깔을 지닌 것은 연애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299화까지 업로드되어 있지만 레이카 님에게 연애 플래그가 잘 세워지지 않아요! 하지만 하찮은 점이 귀여운 캐릭터인 레이카와 코미컬한 일상이 매력적으로, 단숨에 빠져들어 술술 읽게 되고 맙니다.

 

안타까운 점은 2017년부터 연재가 멈춰 미완이라는 것……. 서적화나 코미컬라이즈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서적화와 애니메이션화 작품이 줄세웠던 나로우 합계 랭킹에서 2021년 4월 현재 22위라는 성적이니, 지금도 갱신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다음은 악역영애물의 일반적 지명도를 한번에 올린 작품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이 <오토메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영애로 환생해버렸다...> (야마구치 사토루) 입니다.

 

만화판 1권 표지

통칭 <하메후라>로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은 2014년에 나로우에서 연재 시작. 2015년에 서적화, 2017년에 코미컬라이즈 연재가 시작됩니다(코미컬라이즈 1권 발매는 2018년). 그리고 2020년에 악역영애물로선 처음으로 TV 애니메이션화를 이뤄내 인기를 얻고 2기 제작이나 오토메 게임 제작도 결정, 스핀오프 등의 관련 서적도 속히 간행......이라는, 악역영애 미디어믹스 최전선에서 폭주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카타리나 클라에스는 어느날 자신이 전세에서 플레이하고 있던 <FORTUNE LOVER>의 악역영애로 전생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카타리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 제멋대로 아가씨였던 카타리나는 그 날부터 완전히 바뀌어서 파멸 플래그를 회피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카타리나의 변화에 의해서 인간관계도 극적으로 변해가고……!? 라는 것이 하메후라의 스토리입니다.

 

조금 얼빠진 면이 있지만 매사 열심이고 주변 사람에게 애정을 쏟는 카타리나라는 캐릭터가 본작 매력 중 하나. 남성 캐릭터도, 여성 캐릭터도 카타리나를 좋아하는 역하렘 요소도 강합니다(애니화에서 남성 시청자에게도 인기가 있었던 건 여성 캐릭터끼리의 대화나 귀여움도 포인트였겠죠.) 카타리나는 둔감해서 연애 플래그는 잘 세워지지 않지만요!

 

악역영애물은 오토메 게임이나 소녀만화의 세계를 차용하고 있지만 그게 어떤 의미로 "역수입"됐다는 재미가 있는 것이 <전생악녀 흑역사> (토우카 아키하루) 입니다. 코미컬라이즈가 아닌 오리지널 작품으로, 백천사 소녀만화 잡지 LaLa에서 연재중입니다. 백천사라고 한다면 1980년대 후반, 소녀들을 전세의 동료 찾기 붐으로 말려들게 한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낳은 출판사. 소녀만화의 세계나, "환생", "전생의 기억"같은 소녀만화적 상상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느껴지는 악역영애물이 소녀만화 잡지에 게재되고 있는 것은 고향에 돌아온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1권 표지

<전생악녀> 주인공 코노하가 환생한 곳은 "중학생 때 자신이 만들었던 세계(=흑역사)의 악녀>──성녀인 히로인에게 질투해서 괴롭히는 이아나입니다. 어차피 자신이 만든 세계이니 과거 자신이 불타올랐던 요소가 들어가있는 캐릭터와 전개일 뿐! 창작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아나는 성녀 히로인을 지키는 것으로 악녀였던 이아나가 이야기 중심에 서는 내용입니다. "중2병이라면 이거지"할만한 것들이 많이 나오므로 자학하며 읽기 좋은게 특징입니다.

 

■ 악역영애 매력 세 가지는 "알기 쉬움", "갭", "주인공한테의 호감도"

 

왜 악역영애는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질만큼 지지받고 있을까요. 고찰하는 건 매우 어렵지만 개인적으론 "알기 쉬움", "갭", "주인공한테의 호감도"가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악역영애물의 무대는 특권계급이 존재하는 귀족사회나 중세 판타지적 사회. 하지만 "주인공이 악역영애로 환생한다"라는 틀에 들어가기 때문에 독자는 설정을 받아들이기 쉽고 필자는 부담도 적어집니다.

 

틀이 있는 만큼 읽고 싶은 것을 제공한다는 안심감이 있는 한편으로 "오, 히어로는 마왕이로군", "악역영애가 아니라 그 약혼자의 시점인가", "게임 내 히로인이 사실 악역인 전개구나", "환생이 아니라 게임 실황이라는 형태로 악역영애물이 표현된다고!?" 같이 패턴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나 고찰에 "이렇게 나오다니!"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그 벗어나는 방식을 즐기다보면 어떻게 벗어난게 자신의 취향인지 알 수 있습니다.

 

"원래의 오토메 게임, 소녀만화 세계"라는 설정이 있는 것으로 캐릭터의 갭이나 변화가 그려지기 쉬운 것도 즐길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임에선 쿨한 히어로지만 악역영애 주인공에게 푹 빠지면 이런 일면도 보이는 건가", "어릴 때부터 악역영애 주인공과 사이가 좋으면 한량이 아니라 의존계 캐릭터가 되는 건가" 라고 하는 일석이조로 맛있는 캐릭터메이킹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악역영애인 주인공 캐릭터가 "오해받기 쉽지만 매사 열심히인 좋은 아이"인 것이 많은 것도 (특히 여성 독자로부터) 지지받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에게 인기있는" 것이나 익애, 하이스펙, 특권계급 전개, 속성은 원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습니다. 하지만 악역영애물의 경우엔 파멸이라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신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행동이 엇나가서 코미컬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성이 "이 주인공 좋구나"→"이 작품 좋구나"라는 감상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진원지"인 나로우에서는 현재 악역영애물은 그렇게까지 유행하지 않습니다. 악역영애물의 구성요소인 "약혼 파기(오토메 게임의 메인 히어로와 악역영애가 약혼했지만 오토메 게임 히로인이 등장함으로써 약혼이 깨지는 전개)"나 "처단(메인 히어로에게 악행을 규탄 당함)" 등 악역영애로부터 더욱 더 세분화된 장르가 태어나 그쪽이 더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현재는 처단계에서 발전한, 일방적인 처단에 의해 박해, 추방당한 주인공이 상대가 돌아봐도 응하지 않는 "이미 늦었어" 계가 남성향에서도 여성향에서도 강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3년간은 계속 악역영애물을 서점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볼 기회가 많아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장르가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 부디 가벼운 마음으로 악역영애의 세계에 발을 들여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