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영의 궤적 Evolution

英雄伝説 零の軌跡 Evolution


카도카와 게임즈 / 팔콤

플랫폼 PS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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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궤를... 올해 8월 21일에 클리어했다(...) 근데 감상은 지금 씀. 이 감상을 쓰고 있는 지금은 벽궤까지 클리어하고 섬궤3을 기다리다가 9월 29일에 다운로드판으로 시작해서 10월 4일인가 5일에 엔딩 봤다. 6일 정도 걸림... 아무튼 요즘 제일 열 올리며 덕질하고 있는 게 궤적 시리즈입니다.


올해 꽤 굵직한 게임을 많이 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열중해서 플레이한 게 궤적 시리즈인 듯. 특히 섬궤3은 플탐이 100시간 정도 걸렸나... 지금은 영벽궤까지 다 하고 3을 한 나에게 무한 칭찬을 해주고 싶음ㅋㅋㅋ 각설하고, 영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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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주의)




1. 처음은 좋은 의미로 뒤통수를 때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팔콤이 참 머리 좋다고 느낀 게, 주인공 포지션을 유격사와 대립(?)하고 있는 경찰로 설정한 것이다. 거기다 단순 경찰도 아니고 유격사를 파쿠리한 것이나 다름 없는 부서 특무지원과 리더로.


여기서 팔콤은 시리즈의 존속을 위해 세계관을 확대하려고 했고, 그 확대의 한계점인 유격사협회에게 당당히 반기를 든 것으로 보였다.


유격사협회는 국가의 정치사정에 관여할 수 없다. 민간인을 보호한다는 목적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유격사협회가 나갈 자리는 없다.

하지만 크로스벨의 경찰은 유격사가 아니다. 자치주에 속한 조직으로서,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요인들에 제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경찰이다.


완전히 유격사협회와 반대되는 모습. 그리고 섬궤 시리즈까지 했을 때 영벽궤는 좋은 터닝 포인트가 되어준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팔콤은 RPG적인 요소도 주인공 포지션에 추가하는데, 그것이 바로 특무지원과. 말 그대로 유격사가 할 법한 일을 경찰에게도 시키는 것. 그리고 특무지원과를 자치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유격사협회처럼 급부상시키는 거다.


세계관의 확대를 막고 있는 벽을 자기들 손으로 까발리면서, 완전히 그 설정을 버리기 보단 공존하며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게 특무지원과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적인 문제까지 관여할 수 있게 된 경찰 조직이 무쌍을 찍는 건 아니고(...) 오히려 벽은 더 높아졌다. 두 나라에 끼어있는 자치주에 사는 일개 경찰 로이드 버닝스가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그 벽을 넘는다는 게 주 내용. 여기서 중요한 건 로이드 혼자 벽을 넘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벽을 넘는다는 거. 그게 이 게임이 제일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3. 아무튼 전체적으로 봤을 땐 꽤 괜찮은 서사를 지닌 작품인데... 키아가 합류했을 때부터 몰입도가 현저히 낮아진 듯. 게임의 주요 갈등이 되는 부분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 로이드-에리-란디-티오 이 넷의 팀워크는 정말 보기 좋았고 챠이트가 터무니 없는 이유로 특무지원과 건물에 눌러앉게 되는 부분은 정말 유쾌했는데, 키아가 합류했을 때부터 재미가 없어졌음.


게임 안의 모든 캐릭터가 사랑스럽다고 하는 인물이 나에겐 별로 사랑스럽지 않았어서 그런가? 대놓고 수수께끼에 싸인 소녀 캐릭터라 그런가? 이유는 복합적인 것 같다.


영궤 최종보스인 요아힘도 너무 알아차리기 쉬웠던 데다, 그노시스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로 가는 아이템으로 사용하기엔 쓸데없이 자극적이라서 더 흥미가 돋아나질 않았다.


4. 그래도 간소하게나마 NPC 마라톤을 하면서 깨알같은 이벤트를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즐거웠다! 특히 내가 영궤를 한 이유인 요슈아랑 에스텔이 꽁냥꽁냥 사이좋게 잘 놀아서ㅋㅋㅋ 특무지원과 위기 상황 때 합동기로 첫 등장하는 것부터, 리벨에서 온 슈퍼루키라는 포지션으로 특무지원과가 긴장하게 하는 장치로 쓰인 것도 정말 좋았음ㅋㅋㅋ


5. 그리고 렌...렌은ㅠㅠㅠ 렌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영궤의 존재가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다. 사실 SC 감상에도 썼던 거지만 난 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근데 이젠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됐음....ㅠㅠㅠㅠㅠ



흑흑흑ㅠㅠㅠㅋㅋㅋㅋ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신파...신파이려나...근데 아무래도 좋음ㅠㅠㅠㅠ 내가 3rd까지 하며 렌에게 연민을 많이 느꼈었나 보다.

과거 이야기를 보면서 아니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렌의 머리가 비상하다는 설정에도 응...그래..라는 느낌이었는데 한편으론 다른 또래에 비해 너무나도 기구한 길을 걸은 렌이 안쓰럽고 계속 눈이 가고 그랬나보다...ㅠㅠㅠㅠㅠ


렌의 부모님은 사실 렌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 렌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렌이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이상 렌의 부모님은 렌의 몫까지 더 행복해져야겠다는 선택을 한 것. 렌의 부모님을 부둥부둥해주고 싶진 않아. 하지만 이런 진실에 렌은 구원을 받았고, 답을 내었다. 그래 그거면 됐어....ㅠㅠㅠㅠ그거면 된 거야....ㅠㅠㅠㅠ



그리고 에스텔 이 대사가 결정적이었다...ㅠㅠㅠ


"괴롭고 슬프고... 상냥한 진실"....ㅠㅠㅠㅠㅠㅠㅠ 렌의 이야기를 저 대사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에스텔은 그저 에스텔답게 말했을 뿐인데, 나는 기폭제라도 된 양 울컥거렸고...ㅠㅠㅠㅠㅠ


너무 감성을 자극하지도, 그렇다고 끝까지 괴롭히지도 않는... 멈춰 있는 렌에게 한 발짝 걸음 정도는 되어줄 수 있는 다정한 진실이었다...ㅠㅠㅠㅠ


후반의 "붙잡았다" 라는 대사로 렌 추격전을 마무리하는(?) 대사도 좋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저 대사가 월등하게 내 마음을 후벼파는 대사였음ㅠㅠㅠ


6. 영궤는 큼직큼직한 떡밥 회수는 다 벽궤로 미뤄버려서(이야기 자체는 깔끔하게 끝내긴 했지만 :D) 조금 허무하기도 했는데 전작 캐릭터들인 요슈에스+렌이 제 몫을 톡톡히 해주고 퇴장해서, 결과적으론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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